2009/06/29 21:42
[Utazás]
2008년 5월 베를린에서의 3박 4일. 뭘 하면 좋을까, 웹질로 관광지 검색을 하였더니 탐나는 박물관들이 주루룩 나오더군. 구 박물관, 보데 박물관, 페르가몬 미술관, 국립 회화관, 달렘 미술관, 이집트 박물관 등등등. 그러나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엘리 보면 하루 일정 끝이요, 둘째 날은 오후에 엘리 공연 있으며, 셋째 날은 저주받을 월요일..하여 갈 수 있는 박물관이 저 중에서 단 한 곳 뿐이더라. 두세 군데였다면 제법 고심을 했을터인데 오직 한 곳 뿐이였기에 오히려 고를 필요가 없었다. 페르가몬의 제우스 대제단과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이 전시된 베를린의 페르가몬 미술관. 그곳에 견줄 자, 베를린에 누가 있으랴.
팔다리머리 다 떨어지고 몸통만 남은 인물상(부조), 무너진 기둥 한 조각, 어디 붙어 있었는지 알게 모를 조각의 파편 등등만 봐도 느끼는(..) 나였으니, 제우스 대제단과 이슈타르의 문을 보면 느끼다 못해 아예 까무러칠(..)지도 모른다고 설레발을 쳤더랬다. 그렇게 설레발 치며 개관시간에 맞춰 미술관에 도착, 입장하여 고대하던 제단에 올라 계단 위에 걸터 앉았는데,
그 때의 기분은.. 스스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 글쎄다, 오래 전에 죽어 화석이 되어버린 어떤 거대한 동물의 사체 위에 올라탄 기분 같았달까? 모든 유물(유적)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능력 있는 청자(聽者)가 아닌 관계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대부분 듣지 못하지만, 그렇다해도 모든 유물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렇기에 살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페르가몬 박물관의 제우스 신전은 내겐 말쑥하게 박제된 생명 없는 존재일 뿐, 기대했던 어떤 흥분도-작은 동요조차도 그곳에는 없었던 거다.
예상했던 반응과 전혀 달랐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가 뭐지? 혹시 이 유물이 이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니,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물론 이 유물이 이들의 것이 아님은 맞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채 잠들어 있던 유적을 독일인인 카를 후만이 발견하였고, 역시나 독일인인 고고학자들이 그 유적을 발굴하여 당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오스만 제국에게 '보상비를 지불'하고서 독일로 가져온 것이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그 계약이 공정했다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라 대답하겠지만. 어쨌거나 계약은 계약이다. 구색을 갖추었으니 강도질에 비할 수 있을리가. 설령 강도질한 유물이라 해도 막상 그 앞에 서면 눈 앞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약탈해온 사실 따위는 슬쩍 눈 감아 버리는 나였다. 독일인들이 운좋게 '발견'하여 '구출'해내지 않았다면 이 제단이 과연 이 정도로 무사할 수 있었을까란 질문에 '물론'이라고 단정지어 대답할 수 없는 이상 나는 결코, 비난할 수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문제가 뭔데요, 아 진짜 불감증도 아니면서 왜 못 느끼냐고요..orz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단 말이 있었지. 난 그 한 길 사람 속 중에서 내 속을 가장 모르겠더라. 답답해진 마음에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빛은 보이는데 건물 벽과 창에 막혀 하늘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하늘.......... 설마, 하늘이 문젠가? 여기엔 하늘이 없어서? 엉뚱한 생각이였지만 생각하다보니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 제단은 본디 아크로폴리스에 있었지. 하늘에 보다 가까운 높은(akros) 언덕 위 도시(polis)에. 하늘이 없는 제단이기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거라면, 그렇다면 제단은 없고 하늘만이 남은 페르가몬-베르가마에 가면 어떨까, 그곳에 가면 살아 있는 무언가를 느끼게 될까..?
팔다리머리 다 떨어지고 몸통만 남은 인물상(부조), 무너진 기둥 한 조각, 어디 붙어 있었는지 알게 모를 조각의 파편 등등만 봐도 느끼는(..) 나였으니, 제우스 대제단과 이슈타르의 문을 보면 느끼다 못해 아예 까무러칠(..)지도 모른다고 설레발을 쳤더랬다. 그렇게 설레발 치며 개관시간에 맞춰 미술관에 도착, 입장하여 고대하던 제단에 올라 계단 위에 걸터 앉았는데,
그 때의 기분은.. 스스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 글쎄다, 오래 전에 죽어 화석이 되어버린 어떤 거대한 동물의 사체 위에 올라탄 기분 같았달까? 모든 유물(유적)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능력 있는 청자(聽者)가 아닌 관계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대부분 듣지 못하지만, 그렇다해도 모든 유물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렇기에 살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페르가몬 박물관의 제우스 신전은 내겐 말쑥하게 박제된 생명 없는 존재일 뿐, 기대했던 어떤 흥분도-작은 동요조차도 그곳에는 없었던 거다.
예상했던 반응과 전혀 달랐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가 뭐지? 혹시 이 유물이 이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니,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물론 이 유물이 이들의 것이 아님은 맞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채 잠들어 있던 유적을 독일인인 카를 후만이 발견하였고, 역시나 독일인인 고고학자들이 그 유적을 발굴하여 당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오스만 제국에게 '보상비를 지불'하고서 독일로 가져온 것이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그 계약이 공정했다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라 대답하겠지만. 어쨌거나 계약은 계약이다. 구색을 갖추었으니 강도질에 비할 수 있을리가. 설령 강도질한 유물이라 해도 막상 그 앞에 서면 눈 앞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약탈해온 사실 따위는 슬쩍 눈 감아 버리는 나였다. 독일인들이 운좋게 '발견'하여 '구출'해내지 않았다면 이 제단이 과연 이 정도로 무사할 수 있었을까란 질문에 '물론'이라고 단정지어 대답할 수 없는 이상 나는 결코, 비난할 수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문제가 뭔데요, 아 진짜 불감증도 아니면서 왜 못 느끼냐고요..orz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단 말이 있었지. 난 그 한 길 사람 속 중에서 내 속을 가장 모르겠더라. 답답해진 마음에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빛은 보이는데 건물 벽과 창에 막혀 하늘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하늘.......... 설마, 하늘이 문젠가? 여기엔 하늘이 없어서? 엉뚱한 생각이였지만 생각하다보니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 제단은 본디 아크로폴리스에 있었지. 하늘에 보다 가까운 높은(akros) 언덕 위 도시(polis)에. 하늘이 없는 제단이기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거라면, 그렇다면 제단은 없고 하늘만이 남은 페르가몬-베르가마에 가면 어떨까, 그곳에 가면 살아 있는 무언가를 느끼게 될까..?
그리하여 2008년 9월 17일, 베르가마 아크로폴리스에 오다.


